첩약급여화란?

첩약급여화란?

10월부터 첩약이 건강보험 급여대상이 되는 질환은 3개 항목인데요. 뇌혈관질환 후유증 (중풍), 월경통, 안면신경마비의 3개 질환입니다.

상기 질환이 있는 환자는 1인당 1년에 10일분의 첩약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요.
건강보험에서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본인은 약 7~8만원 정도의 비용만 내면 10일분 한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첩약급여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의협도 장외집회로 맞서는 등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첩약 급여화는 건강보험 폐기선언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안전성, 유효성 문제

어떤 약제가 건강보험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신약의 경우 식약처, 공단, 심평원이 관여하여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후 허가, 약가산정, 급여화 여부 등을 다룹니다.

그런데 한약은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및 신고에 관한 규정"

제24조(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의 심사제외 대상 규정

4. 제2조제14호에 따른 한약서에 수재된 처방에 해당하는 품목

제2조 제14호 “한약서”란 동의보감, 방약합편, 향약집성방, 경악전서, 의학입문, 제중신편, 광제비급, 동의수세보원, 본초강목 및 「한약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에 관한 규정」(보건복지부 고시)”으로 정한 “한약조제지침서”를 말한다.

즉, 수백년전 동의보감 등의 한약서에 나와있는 한약처방이면 안전성, 유효성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황당하죠..ㅎㅎ

현재 한약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해 법정비급여로 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의사가 동의보감에 나온대로 아들 낳는 첩약을 환자에게 먹여도 안전성, 유효성 따지지 않고 합법적인 비급여로 한의사가 받고 싶은 만큼 한약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한의약 정책의 본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런 첩약을 급여화해주겠다는 것입니다.

2. 경제성 평가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설령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었다 해도, 기존 치료제와 비교하여 비용대비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예컨데, 100원 짜리 약과 1,000원짜리 약의 효과가 같다면 당연히 1,000원짜리 약은 시장에서 사라져야 하며, 건강보험 적용할 이유도 없습니다. 물론 어떤 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 1,000원짜리 약 밖에 없다면 그 약은 건강보험적용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질환 대상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등이라고 합니다. 이미 현대의학에서 저렴한 의약품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들입니다.

그런데 이 질환들에 대해 현대의학보다 수배~수십배 비싼 비용으로 치료하는 첩약을 건강보험 적용하겠다는 것은 건강보험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3. 투명성 평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료행위나 의약품은 철저하게 표준화되어 있으며, 표준화되지 않은 행위나 처방을 하는 경우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첩약은 약사나 한약사와 분업이 안되어 있습니다. 즉, 한의사 마음대로 구성성분이나 함량을 인위적으로 다르게 투여해도 이를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처방과 조제가 전혀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첩약을 기어코 급여화하겠다면, 한약분업은 필수적인 사항입니다.한약분업을 하지 않는다면, 의약분업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안전성,유효성이 검증 안되어 있고, 전혀 경제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가는 첩약을, 그것도 한의사 임의대로 성분이나 구성이 바뀔 수 있는 첩약을 건강보험 적용하겠다는 것은 건강보험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위배한 것으로 첩약 급여화는 "건강보험 폐기선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